“대한민국 만만세”를 부를 날

예시흔과 선각자

좌절의 예흔 ‘울밑에 선 봉선화’


 

몸통이 굵은 고목들의 껍질은 하나같이 깊이 갈라져 있다. 수백 년 된 고목의 껍질은 더욱 깊이 갈라져 있다. 나무의 껍질은 왜 갈라질까? 추론컨대 나무의 몸통이 불어나기 위해서는 몸통을 조이고 있는 껍질을 확대해야 하는데 딱딱한 껍질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껍질을 갈라지게 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리라.

 

<사진;AI image. antnews 제공>

나이가 들수록 온몸의 주름이 깊어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정신적 기()가 빠지게 되고, 그렇게 빠지면 빠진 만큼 탄력이 줄어든다. 탄력이 줄어들면 그만큼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주름은 바로 그렇게 탄력이 줄어든 증표이다.

 

이렇게 볼 때 고목나무의 껍질이 갈라진 깊이는 고목나무의 연륜을 대변하고, 사람의 주름살은 인생의 연륜을 대변하는 자랑스런 흔적(痕迹)들인 동시에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시흔(豫示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예시흔(豫示痕)은 음악의 전주곡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런 예시흔(전주곡)은 없는 곳이 없다. 행운에는 용꿈이라는 예시흔(전주곡)이 있고, 불운에는 흉몽이라는 예시흔(전주곡)이 있다. 또 신기술 개발은 기업의 성장을 뜻하는 예시흔(전주곡)이고, 신무기 개발은 국력의 성장을 뜻하는 예시흔(전주곡)이고, 똑똑한 아이의 성장은 가문의 영광을 뜻하는 예시흔(전주곡)이다. 어떤 점쟁이보다 더 정확한 이런 예시흔(豫示痕)을 읽는 자가 바로 천리를 깨달은 선각자이리라.

 

나라가 망할 때도 이런 예시흔(전주곡)이 있다. 고려는 망하기에 앞서 몽골의 부마국이 되어 왕칭에는 충렬왕, 충선왕, 충혜왕, 충목왕 같이 충성할 충() 자가 붙었다. 그런 왕명은 몽골(원나라)의 부마국이 되어 충성하겠다는 맹세문과도 같았다. 자주권을 잃고 원나라 황제가 시키는 대로 하는 나라였으니 망하는 것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 붙은 왕명은 망국의 예시흔(전주곡)이었다.

 

조선도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국력이 쇠퇴하였고, 일본의 침략으로 을사보호조약같은 사실상 식민국을 의미하는 불평등조약을 맺고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이런 불평등조약은 나라가 곧 망할 것이라는 예시흔(전주곡)이 되고도 남는다.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가? 서민들은 살기 힘들다고 야단이고, 정치는 국익보다 사익 챙기기라는 소용돌이에 빠져 벗어날 줄을 모르고 있다. 인구는 줄고, 농촌에는 젊은이가 없어 활기를 잃은 지 오래이고, 힘든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각종 공사판과 공장에는 수입 인력들이 넘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주(自主), 자립(自立), 자강(自强)이라는 단어는 빛을 잃은 지 오래이고 타주(他主), 타립(他立), 타강(他强)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신기술에 밀리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같은 동남아 국가들의 인건비에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민심이 흉흉해지기까지 한다. 미우나 고우나 미국과 일본 같은 기존의 맹방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세론은 이미 정론이 되었다. 이런 망국의 예시흔(전주곡)이 울리는데도 정치인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환장하는 악귀들이 되어 있다. 이런 우리의 오늘은 망국의 예시흔(전주곡)이 되고도 남을 것 같다.

 

고목나무는 스스로 자기 살에 깊은 상처를 냄으로써 몸집을 불려가듯 우리가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내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방법은 무엇일까?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1시간 더 일하기, 1% 더 생산하기, 1% 더 절약하기 같은 캠페인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오늘도 노동자들은 1시간 더 적게 일하고 1% 더 많이 받기, 노는 날 더 늘리고 일하는 날 더 줄이기,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 더 많이 가서 돈 뿌리고 다니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40년대 초에 반일사상의 노래라 하여 일제에 의해 부르는 것이 금지되었던 김형준(金亨俊) 작사, 홍난파(洪蘭坡) 작곡의 가곡 울 밑에서 봉선화는 우리 민족의 국치를 대변하는 민중의 노래였던 동시에 두 번 다시 그런 국치를 당하지 말자는 반성문과도 같았다. 지금도 그런 반성문 같은 가곡이 우리를 울리고 있다. "울 밑에 선 봉선화야 / 네 모양이 처량하다 / 길고 긴 날 여름철에 / 아름답게 꽃필 적에 / 어여쁘신 아가씨들 / 너를 반겨 놀았도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위의 반성문 같은 가곡의 가사는 이제 바다로 가자는 궐기문 같은 다음의 가사로 바뀌도록 하자. “어항 속의 금붕어야 / 네 모양이 처량하다 / 넓고 넓은 바다를 두고 / 좁디 좁은 어항이 왠 말이냐 / 너의 고향 바다로 가자 / 목숨 바쳐 바다로 가자.”

 

망국의 예시흔(전주곡)이 아닌 이런 강국의 예시흔(전주곡)이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면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만세!!!”를 부를 날이 그만큼 빨리 올 것이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5.09.06 08:24 수정 2025.09.0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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