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정의 인문학칼럼②]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묻는 실존의 질문

타자의 시선에 갇힌 삶에서 자기 시선으로의 전환, 나로 사는 첫걸음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용기,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거리

선택이 나를 만든다, 던져진 존재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순간

영화인문학 강사 주민정 (교육전문기업 크레센티아 대표)  (이미지 출처_한국CS경영신문)

'좋아요'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삽니다. SNS의 '좋아요' 개수에 일희일비하고,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보며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하선은 천민 광대였습니다. 왕의 대역으로 궁에 들어가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았습니다. 그의 삶에는 자기 뜻이 없었고, 그저 남이 만들어놓은 대본을 연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던져진 존재이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스스로의 본질을 만들어갑니다. 하선은 왕의 대역으로 던져졌지만, 결국 "나는 누구인가,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보기: 타자의 시선에서 자기 시선으로

하선의 초반 모습을 보면, 그는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움직입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웃고, 명령에 따라 행동합니다. 진짜 왕 광해는 평생 궁에 살면서도 나인들이 배고프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반면 하선은 며칠 만에 임금이 먹고 남긴 음식으로 궁녀들이 끼니를 때운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음식을 남깁니다.

 

이 순간, 하선의 시선이 바뀝니다. "왕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명문대를 가야 성공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 이런 기준들이 정말 나의 기준일까요? 남의 시선에 길들여진 눈으로 세상을 보면 결국 남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느끼기: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독이 든 팥죽을 임금에게 넣으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사월이는 차마 넣지 못하고 스스로 독을 마십니다. 가짜인 것이 들켜서 궁궐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하선은 "내 지금껏 비루하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니오. 사월이 죽인 자를 벌하지 않고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소"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자기 자각의 선언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 자신의 마음을 느끼고 있을까요? 타인의 '좋아요'와 숫자가 나의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의 거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때로는 조용히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쁨이든, 불안이든, 두려움이든, 그 감정들을 인정하고 마주할 때 '진짜 나'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선택하기: 존재를 스스로 정의하는 용기

하선은 진짜 왕이 될 기회 앞에 섭니다. 하지만 그 길이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난 왕이 되고 싶소이다. 하지만 나 살자고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난 싫소. 진짜 왕이 그런 거라면, 내 꿈은 내가 꾸겠소이다."

 

하선은 기존의 '왕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의 방식을 선택합니다.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가치와 신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주체가 된 것입니다. 영화 말미, 도부장이 하선을 죽이러 쫓아온 자를 막아서며 말합니다. "그대에게는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진짜다." 진짜란 타인이 정해주는 신분이 아니라, 스스로의 시선과 선택이 일치한 상태입니다.

 


오늘부터,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한 인간이 '던져진 존재'로서 자신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던져진 존재이지만, 그 던져짐은 숙명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지를 선택하는 순간, 비로소 나의 존재 의미가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타인의 기대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SNS의 '좋아요'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내 마음은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 "이것이 정말 내가 선택한 길인가?"

 

"내 꿈은 내가 꾸겠소이다." 우리도 말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나의 방식으로 살겠다고 말입니다. 광해는 진짜 왕이었지만 남의 기대 속에서 살았고, 하선은 가짜였지만 자기 신념대로 살며 진짜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진짜로 살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 자신입니다.

 

필자 소개

한편, 필자는 교육전문기업 크레센티아(CRESCENTIA) 대표로서 HRD 전문강사이자,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돕는 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소통 인문학 강사로서 영화 속 장면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관계와 이해의 언어를 탐구하는 강연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KALAPE의 초대 전임교수로 선임되어, KALAPE와 협력하여 전국에서 고독사 예방, 생명존중,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법정의무, 학대예방 등 다양한 인식교육 및 지도자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작성 2025.10.22 02:03 수정 2025.12.0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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