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칼을 물고 달린다

이동용 (수필가/철학자)



입에 칼을 물고 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은 어떤 표정일까요? 그의 시선은 어떤 눈초리의 형상을 연상시킬까요? 또 마음은 어떨까요? 


넘을 초 자를 살피다가 갑자기 든 생각입니다. 


초인超人 사상은 넘을 초 자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달릴 주 자가 앞섭니다. 넘을 초 자의 기본은 달린다는 의미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칼 도 자와 입 구 자가 뒤따릅니다. 


달린다, 입에 칼을 물고! 


넘어야 한다면 한계를 떠올릴 수도 있어야 하고,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전선을 향해 돌진하는 전사의 모습을 연상해도 좋습니다. 적진을 향해 뛰어드는 그런 용기 있는 사람의 행동을 상상해도 좋습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한계를 바라보고, 그 한계를 외면하지 않고, 그 한계를 넘어보려는 의지로 돌진합니다.


달려갑니다. 걷지 않고 질주합니다. 


무작정 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어디로 가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운명은 정해졌습니다. 그 운명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운명을 바라보며 정면충돌을 선택합니다. 


운명에 맞섭니다. 운명과의 한판 승부를 선언합니다. 


전쟁입니다. 목숨을 건 싸움이 될 것입니다. 물러설 수 없는 운명과의 싸움입니다.


니체의 초인 사상은 이런 것입니다. 이천이십이 년에 나는 초인 사상으로 보는 인문학이라는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그 원고의 탄생은 순식간에 이뤄졌습니다. 늘 생각하고 있던 것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출산의 수고는 없었습니다. 거의 일 주일 혹은 이 주일 안에 모든 것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은 먼 과거로 소급됩니다.


멈추지 않았습니다. 성실해라.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하지 말라. 늘 선택하라. 항상 결정하라. 언제나 방향을 결정하고 그곳으로 내달려라. 


이런 말을 마음에 들려주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런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 마음이 딴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 마음, 그런 정신이 지금 이 순간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칼에 대한 생각은 늘 품고 있었습니다.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지크프리트의 노퉁, 이순신의 큰 칼 등은 항상 생각을 이끄는 소재였습니다. 


중학생 때였나 고등학생 때였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을 때였습니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에겐 날개가 주어져 있었습니다. 그 날개의 존재를 안 것입니다. 날개를 다룰 기술을 익히고자 비상하는 훈련에 돌입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 하고.


돌연, 나에겐 생각하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에겐 나 자신을 비상하게 하는 마음의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마음과 생각과 정신을 모두 동시에 훈련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성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시때때로 각성시켰습니다.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내가 실천한 생각의 훈련이었습니다.


생각하는 존재에게 생각은 무기입니다. 이 무기를 놓치면 안 됩니다. 


지크프리트가 노퉁이라는 칼을 들고 질투의 동굴로 찾아가 괴물 파프너를 찔러 죽이고, 그 괴물의 피로 목욕을 한 뒤 불사의 몸으로 거듭나는 게르만의 건국 신화를 읽으면서도 깨달았습니다. 


질투의 동굴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곳을 향해 나는 입에 칼을 물고 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질투의 동굴 속 괴물의 존재를 깨달았다면, 거울 속 니체의 악마도 쉽게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 악마를 보려면 거울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거울 외에는 존재하는 곳이 없다는 데서 인식을 얻어야 합니다. 그 인식을 위해 입에 칼을 물고 달려야 합니다. 


질주해야 합니다.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치열해야 합니다. 악마를 죽이고 나서 ‘신은 죽었다!’고 외칠 때까지.





작성 2025.11.24 08:35 수정 2025.11.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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