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 시공을 뛰어넘어 마주한 ‘정기(正氣)’, 혼돈의 시대를 꾸짖다

페이스북이라는 현대적인 소통의 창은 때로 뜻밖의 역사를 배달해 준다. 지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가벼운 공간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일기장이자 지식의 창고가 되는 그곳에서 어제 저녁 예기치 않게 남송의 영웅 문천상(文天祥)과 마주했다.

 

어린 시절 함석헌 선생의 전집에서 읽으며 가슴 깊이 새겼던 정기가(正氣歌)의 기억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서예지가(書藝之家)에서 소개한 그의 시와 글씨에는 목숨을 걸고 싸운 투사의 결연한 기백이 여전히 서슬 퍼렇게 살아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문천상의 시대만큼이나 위태롭다. 제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 국제 질서는 형해화되었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고한 생명들은 방치된다. 국내적으로는 공고한 기득권의 성벽 안에서 진실은 왜곡되고 상식은 뒤틀려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문천상의 삶은 그 고통스러운 질문에 추상(秋霜) 같은 대답을 건넨다.

 

1. 천지 사이에 흐르는 불변의 질서, ‘정기’

문천상이 옥중에서 지은 정기가(正氣歌)는 단순히 국가에 대한 충성을 노래한 시가 아니다. 그것은 천지 사이에 흐르는 올바른 기운, 즉 '정기'가 인간의 형상을 빌려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증명한 도덕적 선언이다. 외부의 질서가 무너지고 정의가 뒤틀릴 때, 인간이 기댈 곳은 결국 자기 내면의 도덕적 결단뿐이다. 세상이 변했다고 해서 나의 옳음까지 변해서는 안 된다는 결연한 외침이다.

 

2. 고독을 견디는 용기와 ‘단심(丹心)’

그는 영정양을 지나며 "예부터 죽지 않은 사람 그 누가 있으랴, 일편단심 남겨두어 역사에 비추리(人生自古誰無死, 留取丹心照汗靑)"라고 읊조렸다. 패권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은 소모품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문천상은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단심(丹心)을 지킴으로써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자신을 새겼다. 왜곡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강직한 용기야말로 혼돈을 이겨내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준다.

 

3. 지식 창고를 넘어 삶의 실천으로

우연히 마주한 문천상의 시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살아있는 기운'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검색하고 찾아내야 할 것은 효율적인 지식이 아니라,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쪽 같은' 삶의 태도다.

 

맺으며

세상이 아무리 뒤틀려 있어도 문천상이 몸소 보여준 '정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그처럼 장렬한 순국을 택해야 하는 상황은 아닐지라도, 일상의 작은 선택 속에서 부끄럽지 않은 단심을 품고 산다면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문천상으로 사는 길일 것이다. 어린 시절 함석헌 선생의 글에서 느꼈던 그 뜨거운 울림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나아갈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

작성 2026.03.23 08:34 수정 2026.03.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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