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인문학7] 쇠비름, 아홉 번 죽어도 살아남는 생존의 기술

뿌리째 뽑혀 태양 아래 던져진 뒤에야 시작되는 진짜 생명력

다섯 가지 색으로 빚어낸 오행(五行)의 조화와 장수(長壽)의 상징

식물치유사가 읽어낸 ‘마르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자기 보호의 기술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출처=자연이주는산약초 블러그)

 

 

"당신을 지탱하던 모든 기반이 통째로 뽑혀 나갔을 때 당신은 스스로를 먹여 살릴 에너지를 품고 있는가?"

 

정원사가 가장 허탈함을 느끼는 순간은 쇠비름(Portulaca oleracea)을 뽑아 길가에 던져두었을 때다. 며칠 뒤 그 자리를 지나가 보면 바짝 말라 죽었어야 할 쇠비름이 태연하게 노란 꽃을 피우고 씨앗까지 맺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흙도 없고 물도 없는 뙤약볕 아래서 그는 제 몸속에 저장해둔 수분만으로 생의 마지막 과업을 완수한다. 마치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처럼 쇠비름은 죽음의 문턱에서 매번 생존의 기술을 갱신한다.

 

 

오래 사는 풀이 가르쳐준 오행의 지혜
우리 조상들은 쇠비름을 '장명채'라 불렀다. 먹으면 오래 산다는 뜻도 있지만 그 풀 자체가 워낙 질기게 오래 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잎은 푸르고(靑) 줄기는 붉으며(赤) 꽃은 노랗고(黃) 뿌리는 희고(白) 씨앗은 검다(黑) 하여 '오행초'라고도 불린다. 

 

우주의 기운을 몸 안에 다 품었다는 이 인문학적 설정은 쇠비름이 가진 뛰어난 영양 성분과 무관하지 않다. 식물계에서 보기 드문 오메가-3 지방산의 보고라는 사실은 그가 왜 그토록 단단하고 매끄러운 피부(잎)를 가졌는지를 생물학적으로 증명한다.

 

 

결핍의 시대를 건너는 법
쇠비름은 잎과 줄기가 두툼한 다육식물이다. 비가 올 때 수분을 최대한 저장했다가 가뭄이 오면 조금씩 꺼내 쓴다. 정원사가 쇠비름을 뽑아 던져놓아도 죽지 않는 이유는 그가 이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몸 안에 비상식량을 비축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의 지원(흙과 물)이 끊겼을 때도 나를 지탱할 수 있는 내면의 자산이 있는가? 쇠비름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요새화하는 법을 택했다.

 

밤에 숨 쉬고 낮에 견디는 고독한 노동
생태적으로 쇠비름은 매우 영리하다. 뜨거운 낮에는 기공을 닫아 수분 증발을 막고 서늘한 밤에 숨을 쉬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CAM 광합성'의 원리를 이용한다. 남들이 모두 활발하게 움직일 때 입을 닫고 인내하며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에 내실을 기하는 방식이다. 

 

식물치유사는 상처 입은 이들에게 쇠비름의 이 고요한 노동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침묵하며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소란스러운 활동보다 더 강력한 치유가 됨을 말이다.

 

 

뽑아내는 적에서 배우는 스승으로
노련한 정원사는 쇠비름이 무성한 자리를 보며 토양의 배수 상태와 일조량을 읽는다. 쇠비름은 척박하고 뜨거운 땅을 덮어 지표면의 온도를 낮춰주는 '살아있는 멀칭(Mulching)'재가 되기도 한다. 그를 단순히 제거해야 할 잡초로만 본다면 우리는 생명의 가장 정교한 서바이벌 키트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셈이다. 쇠비름은 정원사에게 '단단한 피부'와 '유연한 속살'을 동시에 갖추는 법을 가르친다.

 

 

아홉 번 죽어도 다시 피는 마음
쇠비름을 보며 우리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복원'을 꿈꾼다. 뿌리가 뽑히는 고통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그 지독한 낙천성은 우리 안에 숨겨진 본능적인 생존 의지를 일깨운다. 

 

당신의 삶이 지금 바닥에 던져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쇠비름의 줄기를 만져보라. 그 안에 가득 찬 수분은 말한다. 외부의 공급이 없어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기어코 꽃을 피울 힘이 당신 안에 흐르고 있다고.

 


 

작성 2026.04.02 09:47 수정 2026.04.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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