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 먼 바닷물은 불을 끌 수 없다: 민생 현장의 '골든타임'과 추경의 지혜

환갑을 기념해 제가 세상에 내놓은 책, 《한비자와 세상공감》에서는 고전 한비자의 지혜를 빌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그 안에서 소개한 한비자의 〈설림상(說林上)〉 편, '원수불구근화(遠水不救近火)'라는 가르침은 작금의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통찰을 던져줍니다.

 

이 말은 집에 불이 났을 때 아무리 방대한 바닷물이 있다 한들, 당장 바가지를 채울 수 있는 '집 앞 우물물'이 없다면 화마를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자원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효용성'임을 일깨워줍니다.

 

어제 이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표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바로 이 '가까운 물'을 길어 올리려는 국가적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동 전쟁 위기로 촉발된 고유가와 고물가의 파고는 이미 우리 서민 경제에 거센 불길로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속도'가 곧 구호의 본질이다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의 추경은 무엇보다 신속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강조했듯, 이번 추경은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응급처방'입니다.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건강검진이 아니라, 당장의 치명상을 막는 지혈과 응급 처치입니다.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바닷물을 구하러 먼 길을 떠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부가 과감한 편성을 결정한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책무이자, 경제 붕괴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2. 고유가라는 발등의 불, '3대 패키지'로 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전체 예산의 약 40%에 달하는 10조 1,000억 원 규모의 '고유가 부담 완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민생 현장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급한 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조준한 결과입니다.

 

석유 최고가격제 및 유류비 절감(5조 1,000억 원): 물가 상승의 근원지를 직접 통제하여 국민의 이동권과 물류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춥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4조 8,000억 원): 소득 하위 70%인 약 3,600만 명에게 현금 유동성을 공급하여 가계의 막힌 숨통을 틔웁니다.

에너지 복지(2,000억 원): 취약계층이 에너지 비용 불평등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두텁게 보호합니다.

 

3. '가까운 자원'을 돌아보는 지혜

우리는 종종 거창한 미래 담론이나 거시 경제 지표라는 '먼 바닷물'에 매몰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내 집의 불을 끌 수 있는 '가까운 물', 즉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민생 대책입니다.

 

이번 전쟁 추경안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눈앞의 물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사이 민생이라는 집은 전소될지도 모릅니다.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적기에 사용하는 것." 이 평범하지만 강력한 원칙이 지켜질 때, 우리는 비로소 위기 속에서도 회생의 희망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 곳의 신기루가 아니라, 발등의 불을 잡을 단 한 바가지의 절실한 물입니다.

 

 

작성 2026.04.03 06:57 수정 2026.04.03 06:57
Copyrights ⓒ 씨초포스트 SSICHO P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동택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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