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141. 류큐는 정말 독립국이었나? 조약 한 장이 던지는 질문

미국과 맺은 불평등 조약이 오키나와 운동의 무기가 된 이유

영어와 중국어로 체결된 조약이 의미하는 국제법적 지위

불류수호조약仏(琉修好条約)과 비교되는 현대적 파장

1854년 7월 체결된 미류수호조약(米琉修好条約)은 류큐(琉球) 왕국이 서구 열강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었다. 이 조약은 페리 제독의 군사적 압박 아래 이루어진 불평등 조약이었지만, 동시에 류큐가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조약 체결 주체로 취급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과 프랑스와 맺은 강제 조약이 류큐가 독립국이었다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이미지=AI 생성]

특히 영어와 중국어 두 언어로 체결되었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이 류큐를 단순한 일본의 지방이 아니라 외교 문서를 체결할 수 있는 별도의 정치체로 대우했음을 보여준다.

 

조약의 핵심은 미국 선박의 안전과 보급 확보였다. 첫째, 류큐는 미국인을 우호적으로 대우하고 필요한 물품을 정당한 가격에 판매해야 했다. 둘째, 거래는 주로 나하(那覇)에서 이루어지되, 땔감과 식수는 어느 항구에서든 제공해야 했다. 

 

셋째, 난파선 승무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했다. 넷째, 미국인에 대한 감시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해야 했다. 다섯째, 나하 토마리(泊) 일대에 미국인 묘지를 조성하고 보호해야 했다. 여섯째, 외국 선박의 안전한 입항을 위해 도선사를 제공해야 했다. 

 

표면상 우호 조약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류큐를 미국 해상 활동의 보급 거점으로 편입시키는 조약이었다. 이 조약의 성격은 1855년 프랑스와 맺은 불류수호조약仏(琉修好条約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미국의 요구가 주로 보급, 구조, 항해 안전에 집중되었다면, 프랑스는 토지·가옥·선박 임대와 상품 구입의 자유까지 요구했다. 이는 외국인의 장기 체류와 경제 침투를 전제로 한 요구였기 때문에 류큐 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프랑스는 무장 병력을 앞세워 조약 체결을 압박했다. 

 

이에 비해 미류수호조약은 군사적 압박 아래 체결되었지만, 목적은 상대적으로 기항지 확보와 병참 지원에 가까웠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 불평등 조약이 현대 오키나와 사회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오키나와 지식인과 자치권 확대론자들은 미류수호조약을 류큐가 국제법상 독자적 주체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본다. 즉, 류큐가 미국·프랑스 등과 조약을 체결했다면, 1879년 일본의 류큐 처분은 단순한 국내 행정 개편이 아니라 독자적 외교권을 지닌 정치체의 강제 병합이었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미류수호조약은 오늘날 단순한 외교 문서를 넘어 오키나와의 자기결정권, 역사적 정체성, 조약 원본 반환 논의와 연결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국주의 압박의 산물이었던 조약이, 현재에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로 다시 호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류수호조약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 체결된 불평등 조약이었다. 그러나 영어와 중국어로 작성되고, 류큐가 조약 당사자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류큐 왕국의 국제법적 주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미국에게는 보급과 항해 안전을 위한 실용적 조약이었지만, 오늘날 오키나와 사회에서는 자기결정권과 역사적 권리 회복을 주장하는 상징적 근거로 재해석되고 있다.

작성 2026.05.07 07:55 수정 2026.05.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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