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 인생은 능력이 아니라 '때(時)'의 문제다

 

능력이 전부라 믿었던 젊은 날의 오만

 

젊은 날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내 능력과 의지대로 흘러가는 줄 알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사람도, 사랑도, 건강도, 기회도 늘 그 자리에 붙잡아 둘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치열하게 달리기만 하면 언제든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서글플 정도로 무력했다. 시간은 결코 나를 위해 멈춰 서지 않았고, 한 번 스쳐 지나간 인연은 제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삶을 붙들고 치열하게 살아본 후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삶의 감추어진 결이 있다. 인생은 결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때(時)'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할 수 있을 때'와 '하고 싶을 때'의 거리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완연한 때가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다음에 시간이 나면"이라는 말로 오늘을 유예하곤 한다. 하지만 형편이 바뀌고 마음이 식어버리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날이 불쑥 찾아온다. "다음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은 때로 영영 닿지 못하는 이별의 수식어가 되기도 한다.

 

몸과 마음의 기회도 마찬가지다. 다리가 성할 때 가지 못한 길은 마음에만 남고 발이 따라주지 않으며, 한때 미식을 즐기던 이도 어느 날 의사의 말 한마디에 입맛마저 허락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젊음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어느덧 계단 앞에서 숨을 고르는 자신을 발견할 때, 비로소 건강에도 때가 있음을 절감한다. 배움 또한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닫히는 순간 멈춰버리기 마련이다.

 

결국 '하고 싶을 때'와 '할 수 있을 때'는 엄연히 다르다. 기회의 때를 놓쳐버리면, 우리 안에는 단단한 결심 대신 구차한 핑계가 먼저 자리 잡게 된다.

 

歲不我延(세불아연).

세월(시간)은 나를 위해 머물러 주지 않는다.

 

붙잡는 미련을 버리고 '오늘'을 사는 지혜

 

동양의 옛 성현들은 일찍이 시간의 유한함과 순리를 강조했다.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듯, 떠나야 할 때와 놓아야 할 때를 아는 것 또한 '때의 지혜'다. 억지로 붙들고 있는 인연과 미련은 결국 스스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비울 때를 알아야 비로소 새로운 채움의 시간도 허락된다.

 

‘花有重開일(화유중개일)이요, 人無再少年(인무재소년)이라’ 했다. 꽃은 지더라도 내년에 다시 피는 날이 있지만, 사람에게 두 번의 젊음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오늘이라는 시간을 가장 아끼고 귀하게 써야 한다.

 

인생은 결국 '하고 싶다고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당장 행하는 사람'의 몫이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핑계를 접어두고 먼저 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 버튼을 누르자. 사랑하는 이에게 한 번 더 다정하게 웃어주고, 미안함과 고마움은 마음속에 쟁여두지 말고 지금 표현하자. 가슴속에 품어둔 일이 있다면 오늘 바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할 수 있는 때'는 바로 지금, 오늘뿐이기 때문이다.

작성 2026.05.17 08:31 수정 2026.05.20 07:23
Copyrights ⓒ 씨초포스트 SSICHO P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동택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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