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의 ON 시(詩)그널] 권혁미 시인의 '횡재'가 건네는 다정한 안부

굳게 닫힌 마음의 서랍을 여는 유쾌한 열쇠

초조한 미간을 펴주는 5만 원권의 다정한 농담

앞만 보고 달리던 당신에게 보내는 쉼표 하나

시집 속의 횡재. 사진=AI생성

 

[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살다 보면 무엇인가에 쫓기듯 마음이 다급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중요한 서류나 꼭 필요한 물건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금세 여유를 잃고 날카로워지곤 합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라진 물건일까요, 아니면 굳어버린 마음을 녹여줄 작은 미소일까요. 여기, 일상의 초조함 속에서 뜻밖의 미소를 찾아낸 시인이 있습니다.

 

횡재

 

중요한 서류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인상이 굳어 가는데
낯익은 시집이 보인다

 

시집 속
5만원

 

"이거면
웃을 수 있니?"

 

_권혁미

 

권혁미 시인의 '횡재'는 다급하고 팽팽한 긴장의 순간에서 출발합니다. 중요한 서류를 찾느라 인상이 잔뜩 굳어 가는데, 뜬금없이 서랍 한구석에서 낯익은 시집 한 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시집을 들추자 거짓말처럼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툭 떨어집니다. 과거의 내가 숨겨두었거나 혹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뜻밖의 만남이지요.

 

그 순간 시집과 지폐는 마치 살아있는 인격체처럼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거면 웃을 수 있니?" 하고 말이지요. 서류를 찾지 못해 잔뜩 날이 서 있던 마음은 이 뜬금없고 유쾌한 상황 앞에서 무장해제되고 맙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툭 풀어지며, 굳어 있던 얼굴에는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나갑니다. 참 신기하게도, 고작 지폐 한 장이 우리에게 서류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여유'를 돌려준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정말로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중요한 서류'가 아니라, '웃음'과 '안식'일지도 모릅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스스로를 옥죄고 타인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질 때, 삶은 우리에게 이런 작고 귀여운 '시(詩)그널'을 보냅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고, 이 사소한 기쁨을 누리며 다시 웃어보라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지요.

 

오늘 하루,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작은 횡재를 발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책장 사이에 꽂힌 오래된 편지일 수도 있고,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신호들을 향해 "덕분에 웃을 수 있어"라고 화답할 수 있는 여유가 우리 마음에 가득 차오르기를 소망합니다.

 

시인 프로필

 

권혁미 시인. 사진=권혁미 시인 제공

 

권혁미 시인은 활자 속의 시를 따뜻한 목소리로 깨워내는 시 낭송가입니다. 윤보영시인학교 감성시 과정과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1기'를 수료하며, 일상 속 따뜻한 반전을 이끌어내는 다정한 언어들을 다듬어 왔지요. 

 

현재 문학회 '시와 사람들'과 한국감성시협회에서 활발히 교류하며, 공저 시집 ‘오늘도 아하!’와 ‘시의 길을 걷다’를 통해 고단한 현실 속 뜻밖의 미소를 선물하는 메신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6.09 17:42 수정 2026.06.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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