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의 ON 시(詩)그널] 이승훈 시인의 '긍정'이 건네는 유쾌한 해방감

일어나지도 않은 일과 작별하기

남의 시선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법

내 삶의 주어로 온전히 서는 순간

사진=AI생성

 

[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살다 보면 참 억울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는 그저 내 길을 묵묵히 걷고 있었을 뿐인데, 하필 그때 누군가의 불편한 심기와 맞물려 오해를 사기도 하죠. 어떻게든 해명해 보려 애쓸수록 말은 엉뚱하게 꼬이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 쓰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앞당겨 걱정하며, 스스로를 옭아매고 괴롭히는 걸까요.

 

긍정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데

 

내 일상에는
배도 없고
까마귀도 없다

 

웃을 거리만 있다.

 

_이승훈

 

이 짧고 경쾌한 시를 가만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굳어 있던 미간이 풀리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옛사람들은 오해받기 딱 좋은 난처한 상황을 두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며 혀를 찼지요. 

 

하지만 시인은 그 퀴퀴하고 무거운 옛말의 굴레를 단숨에 걷어차 버립니다. '내 일상엔 배도 없고 까마귀도 없다'는 명쾌한 선언. 이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한 배짱인가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건 실제로 벌어진 '사건' 자체보다,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낸 '불안'일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누가 날 오해하면 어떡하지?', '혹시 나를 탓하지는 않을까?'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진정한 인권은 결코 두꺼운 법전이나 거창한 구호 속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잣대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맑고 단단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 쓸데없는 오해와 불안에 내 마음의 소중한 방 한 칸을 내어주지 않는 그 당당함이야말로, 우리가 매일의 삶 속에서 누려야 할 가장 따뜻하고 소중한 권리일 테지요.

 

시인의 다정한 속삭임처럼, 우리들의 맑은 하늘엔 불길한 까마귀가 날지 않습니다. 내 머리 위로 억울하게 떨어질 배도 없습니다. 그러니 잔뜩 웅크렸던 어깨를 이제 그만 활짝 펴셔도 좋습니다. 

 

남의 시선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그 텅 빈 마음에, 오늘은 오직 당신 자신만을 위한 기분 좋은 '웃을 거리' 하나 슬며시 채워 넣어 보시길 바랍니다.

 

시인 소개

 

 

이승훈 시인은 팍팍한 삶의 고단함을 경쾌한 리듬으로 어루만져 주는 다정한 치유자입니다. 호서대 미래교육원과 대한치매예방협회 등에서 힐링 노래와 웃음을 가르치며, 삶의 무게에 굳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여내는 일을 필생의 업으로 삼고 있지요.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1기를 거쳐 공저 『오늘도 아하!』를 펴낸 그는, 무대 위에서 신나게 숟가락 난타를 치며 땀방울을 흘릴 때나 펜을 들고 일상의 깨달음을 시어로 빚어낼 때나 한결같이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툭 던지는 그의 짧은 시편들 속에는, 타인의 굽은 등마저 환하게 밝혀주려는 따뜻한 체온이 다정하게 배어 있습니다.

작성 2026.06.21 22:06 수정 2026.06.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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