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주제전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가 지난 8월 11일 문을 열었다. 서화실 재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한국 대표 서화가 주제전시로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에 이은 세 번째 순서이며, 오는 11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가 눈여겨보는 것은 추사의 빼어난 예술적 성취 그 자체보다는, 그가 조선과 청나라를 넘나들며 맺었던 사람들과의 관계다. 김정희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높은 관직에 올랐지만 십여 년의 유배를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전시는 그의 삶을 금석학과 문예, 불교라는 세 갈래로 나누어, 각 분야에서 그가 동반자들과 나눈 교류를 통해 학문과 예술이 어떻게 깊어 졌는지를 되짚는다.
전시의 정점에는 보물로 지정된 <불이선란도>가 있다. 1852년 함경도 북청 유배를 마치고 과천에 머물던 시절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난초를 사실적으로 옮겨 그리기보다 서예의 필법으로 풀어내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허문 추사 말년의 대표작이다. 다만 작품 보호를 위해 <불이선란도>는 9월 13일까지만 공개되고 이후에는 다른 작품으로 교체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자료들도 여럿 눈에 띈다. 1819년 서른네 살의 김정희가 황해도의 한 무관에게 보낸 편지는 아버지가 예조판서에 오르고 자신은 과거에 급제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내용으로, 아직 젊은 시절의 김정희를 보여준다. 북청 유배기의 연구 성과를 담은 <석노시첩>과 <기유십육도시첩>도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청나라 문인 주학년이 그리고 옹방강, 완원 등이 감상 글을 남긴 <소동파입극도>는 청나라 문인들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이며,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인 허련의 산수도와 이하응의 <묵란도권>도 이번에 처음 전시된다. 다만 추사의 또 다른 대표작인 <세한도>는 이번 전시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빚어진 예술이라는 시선으로 추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면, 이번 가을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을 찾아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