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 신불해(申不害)의 경고와 무위(無爲)의 리더십
申不害(신불해)는 이렇게 말했다.
"지도자가 영리함을 보이면 사람들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어리석음을 보이면 사람들은 그를 미혹에 빠뜨린다. 지혜로움을 보이면 사람들은 그를 미화하려 하고, 무지함을 보이면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숨긴다. 탐욕이 없음을 보이면 사람들은 그 속마음을 엿보려 하고, 탐욕이 있음을 보이면 사람들은 달콤한 말로 유혹한다. 그러므로 이르노니, 나는 그 깊은 곳을 어찌 알겠는가. 오직 무위(無爲)로써 비로소 그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申子》曰: 上明見,人備之;其不明見,人惑之。其知見,人飾之;不知見,人匿之。其無欲見,人司之;其有欲見,人餌之。故曰:吾無從知之,惟無為可以規。
1.성숙의 과정 없이 탄생한 권력의 비극
동양 고전 한비자에서 법가(法家) 사상가 신불해(申不害)는 지도자가 자신의 속내와 재주를 경솔히 드러낼 때 발생하는 비극을 냉혹하게 직관했다. 천 년 전 그가 남긴 한 구절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 한국 정치와 세계정세가 면면히 겪고 있는 리더십의 잔혹사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지도자는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비자(韓非子)와 신불해가 설파했듯,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에게는 혹독한 시련과 역사적 고민, 그리고 단단하게 다져진 단련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중의 기억 속에 깊은 족적을 남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치열한 권위주의와의 투쟁,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시련, 숱한 정치적 좌절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내공을 다졌다. 그 과정에서 인내와 대중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몸소 체득했다.
반면, 가혹한 검증과 담금질의 세월없이 부친의 후광이나 기득권 세력이 만든 판세 속에서 손쉽게 최고 권력에 오른 지도자들의 연이은 실패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계엄 선포라는 내란 사태까지 초래했던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역사적 경험은 준비되지 않은 리더십이 국정에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증명해 준다.
신불해의 지적처럼, 지도자가 자신의 밑천—어리석음, 무지, 혹은 노골적인 탐욕—을 여과 없이 드러낼 때, 권력 주변에는 그 약점을 파고들어 이권을 챙기려는 사익 집단과 간신배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가 목도한 국정 농단과 난맥상, 이권 카르텔의 번성은 지도자의 무능과 탐욕이 주위 사람들의 기만과 결탁하여 빚어낸 필연적 결과였다.
2.민주시민의 연대와 이재명 정부의 엄중한 시련
민주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헌정 질서를 지켜냈고, 이재명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초기의 기대와 달리, 집권 1년이 지난 지금 이재명 정부 역시 국민적 실망과 함께 연일 지지율 하락이라는 엄중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세간의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야당

중진들과의 골프 회동에서는 '임기 단축'을 언급하며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이 정작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이 의아해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신불해의 언어를 빌리면, 지도자가 자신의 속내—무엇을 원하는지, 권력을 어떻게 나누고 싶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주위에는 그 속내를 읽고 줄을 서려는 이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권력을 잡은 후 국정의 본질을 놓치고 정치적 조급함이나 권력의 탐욕을 드러내는 순간, 지도자는 신불해가 경고했던 '권력의 덫'에 다시 빠지게 된다. 위기를 극복해낸 민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국정 전반에 걸쳐 유능함과 겸손함을 조화롭게 갖추는 근본적인 리더십의 전환이 시급하다.
3.강대국의 탐욕적 리더십과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의 지혜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눈을 돌려 강대국이라 일컫는 미국과 일본의 현실을 보면, 탐욕과 자국 이기주의, 그리고 가벼운 표피적 리더십을 선택한 결과가 어떠한지 똑똑히 목도할 수 있다. 지도자의 사리사욕과 편협한 야망은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고 국익을 해치며 국가 전체를 위기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다면 얽히고설킨 난마(亂麻) 같은 시국을 풀어낼 진정한 리더십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는가? 신불해의 마지막 구절은 노장(老莊) 사상의 핵심인 '무위(無爲)'와 깊이 맞닿아 있다.
無爲而無不爲 (무위이무불위)
"애써 무엇을 하려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여기서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관이나 무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사로운 지혜나 야욕, 자기 과시를 비워내고(虛心), 사태의 본질과 민심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성찰의 자세다. 지도자가 사리사욕을 비우고 중심을 잡을 때 비로소 주변의 미혹과 유혹을 통찰할 수 있으며, 복잡한 국정 과제의 참된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도자의 마음이 비워질 때 국정이 바로 서고, 비로소 ‘함이 없되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는’ 성숙한 정치가 펼쳐질 것이다.










